제주 올레 9코스(대평포구-화순금모래해수욕장)
숙소인 모슬포에서 9코스 시작점 대평 포구까지 택시를 탔다. 안덕에서 고갯마루를 넘자 대평 포구 주변에 펜션을 비롯해 민가들이 제법 밀집해 있다. 택시 기사 분 이야기로는 안덕에서 대평 포구로 가는 고갯길이 옛날에는 너무 험해 겨울에는 차량이 다니지 않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펜션촌과 카페촌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올레길 시작점 근처에 평평하게 길게 뻗은 드르(들, 野)의 지형에서 유래되었다는 대평리 마을 유래를 알려주는 큼직한 안내판이 서 있다. 올레길은 멋진 해안 절벽인 박수기정 뒤를 오르는 것부터 시작된다.
박수기정은 바가지로 마실 샘물(박수)이 솟는 절벽(기정)이라는 뜻으로 샘물은 주상절리가 발달한 용암층 밑에 흐른다고 하나 맨눈으로 볼 수 없었다.박수기정은 해안가에서 멀리서 보면 절경을 자아내고 있으나 높은 절벽을 이뤄 해안에서 바로 오를 수 없고 내륙 쪽으로 옆에 난 길로 올라가야 했다.
작은 언덕을 오르니 오른쪽에 계곡이 보였다. 골짜기가 절벽으로 막혔다고 해서 막은골이라고 한다. 안내문을 보니 박수기정 절벽 위 초원에서 키운 말들이 몰질 길을 따라 대평포구로 보내졌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박수기정 위는 해안 쪽으로 작은 숲길이 놓여 있으나 안쪽으로 너른 들판이다. 평평한 들판에 무·감자·양배추 등 밭작물이 심겨 있다, 해안 절벽 위지만 큰 나무에 막혀 바다는 볼 수 없었다.
올레길은 보리수나무가 우거진 볼레낭 길로 이어진다. 크지 않은 푸른 보리수나무가 올레길 양쪽으로 늘어서 작은 숲을 이룬다.
한참 걷다 보니 나무들 사이로 멀리 바다와 함께 산방산이 보였다. 올레길은 본격적으로 월라봉으로 연결된다.
월라봉은 그냥 평범한 산이다. 이따금 바다가 보이지만 올레길이 안쪽으로 연결되다 보니 그냥 산을 오르는 것 같다. 조선 시대 봉수대가 나왔다. 월라봉 봉수대는 산방산 아래에 있는 산방연대와 교신했다고 한다.
산길을 계속 걷다 보니 여기저기에 일제가 파놓은 진지동굴이 있었다, 일본군들이 화순항으로 상륙하는 미군을 저지하기 위해 월라봉 상단부에 동굴 진지를 파놓은 것이다. 이전에 탐방했던 거문 오름 산속에도 일본군이 구축한 동굴 진지를 볼 수 있었는데 깊은 산속에까지 군사시설을 구축했던 일본군의 치밀함에 치가 떨렸다.
한참을 걷다 보니 내리막길 나온다. 하산길 오른쪽으로 계곡이 보이고 계곡 위에 놓여 있는 구름다리가 보였다. 안덕 계곡으로 연결되는 다리인데 올레길은 계곡 쪽으로 가지 않고 그냥 내리막길이다. 수수밭에 이어 감귤밭도 나왔다.
감귤밭은 다른 지역과 달리 담이나 울타리가 없다. 길옆에 감귤 나무가 있어 손을 펼치기만 하면 닿을 수 있다. 올레길 8코스 중문지역의 감귤 농장에서 마음씨 좋은 농장 주인이 배낭 가득히 귤을 채워줬던 행복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사람들을 전혀 볼 수 없고 귤나무만 있었다.
야트막한 언덕 지형을 지나는데 진모로 동산이라는 안내판이 나왔다. 동산 아래쪽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바위를 정으로 뚫어 수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올레길이 도로를 만나는 지점에 올레길 중간 스탬프가 있고 창고천이 나왔다.
창고천은 이름이 특이하지만 비교적 큰 물줄기를 이뤄 바다로 흐른다. 창고천 다리 주변은 주상절리는 아니지만, 현무암 바위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화순항으로 가는 길 민가 앞에 퍼물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용천수 샘터에 펄(뻘)이 고여 있어 퍼물이라고 하는데 조선 시대 사람들은 퍼물 인근에 논을 개척하여 부농을 이뤘다고 한다.
대형 발전소 시설 옆을 지나니 화순항이 나왔다. 대형 발전소는 제주도 자연 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화순항도 어선이 주로 기항하는 제주도의 흔하고 조그마한 포구와 달리 산업기자재를 실어나르는 큰 부두이다.
화순항을 지나니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이 나왔다. 해수욕장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여기저기 텐트와 캠핑카를 볼 수 있었다. 요즈음 차박이 유행이라고 하던데 이곳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에서는 1960년대 한 때 금 채취 사업이 진행되었으나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이곳 해변의 모래는 금빛과 달리 제주도 특유의 갈색 화산체, 검은색 현무암 알갱이, 흰색 조개껍데기 파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9코스는 거리도 짧고 볼거리가 많지 않았다. 월라봉을 오르고 내리는 길이라 육지의 산을 걷고 있는 듯했다. 해안에 가까운 지역이지만 박수기정 위에서는 큰 나무에 가려 시원한 바다 풍경을 볼 수 없었다.
월라봉 능선에서도 높은 발전소 시설 때문에 시야가 거의 가려 역시 푸른 바다를 만끽할 수 없었다. 안덕 계곡이 제주도 비경 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올레길이 안덕 계곡과 연결되었으면 좋을 성싶다.
(2020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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