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3코스-B(온평 포구-표선 해변)
제주 올레길은 동일 코스에서 A‧B로 구분되거나 파생된 구간으로 ―코스로 나뉜다.
A‧B로 구분될 때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같은 구간을 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경로가 달라지고 종착점에서 다시 만난다. ―코스는 출발점이 같을 수 있으나 중간 경로와 종착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를테면 우도(1-1), 가파도(10-1), 추자도(18-1,2)는 ―코스에 해당한다.
제주 올레 3코스는 AㆍB 두 코스로 구분된다. 3 코스는 은평 포구에서 시작되어 3-A 코스는 내륙으로, 3-B 코스는 해안으로 경유하다가 신풍신천에서 만나 해안 길로 이어져 표선해수욕장에서 끝난다.
3코스 시작점인 온평 포구를 출발해서 해안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도로변에 첨성대 모양의 돌탑인 도대가 보였다. 도대는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불을 밝히는 제주의 옛날 등대이다.
민가에 접어들자 A·B 코스 갈림길이 나왔다. 우리는 거리가 길고 오름이 있는 3-A 코스를 피해 거리도 짧고 해안으로 연결되는 3-B 코스를 택했다.
B 코스 초입에 들자 용머리 동산과 연듸모루 숲길이 나온다. 숲길인데다 흙길이라 걷기에 편하다. 제주를 걷다 보면 높지 않은 동산이나 평지에 숲길을 자주 만난다. 숲속 길은 따가운 햇빛을 가려줘 더운 날씨에 걷는 도보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길이다.
올레길 여기저기에는 돌담으로 울타리를 씌운 제주 특유의 무덤들이 보였다.
현무암 돌담으로 둘러싸인 무덤은 산이나 밭에 위치한 육지의 무덤보다는 아늑해 보인다.
주변 밭은 무가 자라고 있고 이따금 마늘과 양파를 심은 밭들이 보였다. 제주도는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육지에서와 달리 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밭과 귤 농장을 쉽게 볼 수 있다.
큰 도로를 지나자 다시 해안가로 향했다. 해안에는 검은 돌담이 길게 처져 있다. 가까이 보니 어제 봤던 환해장성이 다시 나왔다. 신산 환해장성은 온평 지역보다 더 길어 보였다. 배를 타고 들어오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석성을 쌓았다고 하는데 제주도에는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고 한다.
바닷가 현무암 자갈 올레길을 따라 걸으니 걷기가 다소 불편했다.
그러나 이따금 흙길이 나와 걷기에 편하고 흙길 한쪽에는 어김없이 들꽃이 고개를 내밀어 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해안가로 계속 가니 신산 포구라는 작은 포구가 나왔다. 포구를 보고 걷다 보니 올레길 중간 스탬프 지점인 신산리 마을 카페가 나왔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실내장식이 상당히 세련되어 보였다. 통유리 문을 내어 카페 안에서 바깥을 바라볼 수 있었다.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고 다시 해안 도로 올레길에 나섰다. 올레길 옆 포장도로에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한적해서 좋았다. 이곳은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서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았다. 올레길은 해변 돌길로 이어지다가 돌길이 끊어지면 해변에서 나와 차량 도로로 연결되기를 반복했다.
길을 걷다 보니 해변에 미륵보살 사유 반가상이 들어서 있었다. 석조 불상은 멀리 바다를 응시하면서 바다를 오고 가는 배와 그 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빌고 있는 듯했다.
완만한 언덕길로 오르니 누런 들판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바닷가에 인접한 신풍신천바다목장이다. 면적이 10만평에 달한다고 하는데 가축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예전에는 마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말 방목장이었는데 지금은 사유지라 울타리가 쳐져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목장 여기저기에는 귤 껍데기가 널려져 있었다. 들판이 녹색으로 바꾸는 계절이 오면 이곳 일대는 푸른색의 바다와 어우러지면 멋진 풍경을 자아낼 것 같다. 목장 옆으로 바다와 연해 있는 올레길은 넓은 들판 길이라 차량과 오토바이도 달릴 수 있었다. 젊은 부부가 어린아이를 모델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목장에서 나와 올레길은 바닷가를 옆에 두고 해변 도로와 자갈길을 반복하면서 계속 이어졌다. 올레길 가는 길에는 바다를 향해 있는 정자가 놓여 있어 도보객들에게 좋은 휴식처를 만들어준다.
정자에서 바라보니 올레길은 한라산 쪽에서 흘러 내려온 큰 하천을 만난다. 바다와 만나는 바로 직전에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의 중간 부분이 배고픈 배처럼 푹 꺼졌다고 해서 배고픈 다리라고 한다. 밀물이 들어와 만조 시에는 다리가 잠기지만 썰물 때에는 다리가 드러난다고 한다.
해녀들이 운영하는 하천리 쉼터에서 잠시 쉬고 나오니 모래사장이 보였다. 해변 길을 꼬불꼬불 돌아가니 더 넓은 모래사장이 나왔다. 표선해수욕장이다.
백사장 모래가 다른 곳에 비해 가늘고 하얗다.
모래사장이 워낙 넓어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었다. 여름에 사람들이 와서 바닷물에 들어가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자료를 찾아보니 표선해수욕장은 백사장 면적이 16만㎡에 이르고 백사장 길이는 200m, 너비는 800m에 달한다고 한다.
표선해수욕장도 4.3 당시 많은 사람이 처형당한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올레길은 작은 숲속 길을 지나 모래사장을 건넜다. 큰 도로가 나오고 도로변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해녀상과 동물상 등 다양한 조각물이 서 있었다.
해안가 공원을 지나서 도로로 나오니 3코스 종점이자 4코스 시작점이 나왔다. 일행이 오지 않은 틈을 타 올레길 안내 센터로 들어갔다. 안내 센터 운영자분에게 “요즈음에 올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줄어들지 않았나”라고 물으니 “코로나 때문에 단체나 그룹 도보객들은 줄었지만 혼자 올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아졌다”라는 답을 들었다.
3-B 코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신풍신천바다목장이었다. 제주도 한라산 기슭이나 중산간 지역에 있는 목장들을 본 적이 있지만, 바닷가에 접한 지역에 광활한 목장이 있으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목장 주변 해안가는 천혜의 절벽지대로 기암괴석이 빚어낸 풍경도 아주 뛰어났다. 한쪽으로 너른 들판에서 소와 말이 뛰어 노니는 광경을 보고 다른 한쪽으로 광대한 바다에서 높은 파도가 바위를 치는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환상적인 곳이다.
표선해수욕장도 인상적이었다. 모래사장이 넓고 길게 펼쳐져 있는 해변을 일찍이 본적이 없다. 올레길이 모래사장으로 이어져 하얀 모래밭을 거닐면서 잠시나마 낭만에 젖을 수 있었다. 모래 위를 걷는 것은 흙길보다 힘들지만, 틈틈이 불어오는 해풍을 맞으면서 또 한편으로 바다 내음을 맡고 걷는 것은 올레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2020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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