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관련 책을 읽고
베트남 전쟁 관련 책 3권을 읽었다.
이규봉 교수의 "미안해요 베트남", 윤충로 교수의 "베트남 전쟁의 한국사회사", 박태균 교수의 "베트남 전쟁" 베트남 전쟁관련 책 3권이다
이교수는 북베트남 하노이에서 남베트남 사이공까지 장장 1,789㎞을 직접 자전거로 종주하면서 한국군 민간인 학살 현장을 방문 학살 관련 베트남인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형식으로 "미안해요 베트남",이라는 책을 썼다.
우리나라가 베트남에 파병하게 된 것은 자유를 수호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경제를 부흥하고 군부 독재의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결국에는 베트남 대다수 민중의 뜻을 거슬러 그들의 염원인 통일을 이루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이교수의 주장이다.
이교수는 책에서 한국군은 노인과 아동, 여성 등 노약자를 무차별하게 사살했으며, 중장비로 학살 현장을 뒤엎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만행을 보였다고 민간인 학살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그대로 전달했다.
베트남 당국 조사 결과 한국군에 의해 죽은 베트남인 수의 공식 통계로 4만 1,450명이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례는 80여 건, 피해자는 9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군 학살이 이뤄진 곳에서는 아직도 '요 따이한(한국제사)'이라고 하는 합동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이교수는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실을 더 이상 감추려 하지 말고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조사하고 확인해 역사적으로 베트남과 화해하고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책을 썼다고 밝혔다.
윤충로 교수는 "베트남 전쟁의 한국사회사"라는 책을 통해 베트남전 관련 참전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들을 인터뷰하여 베트남전이 그들의 생활과 사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윤교수는 베트남 사람들 입장에서 베트남 전쟁의 성격에 대해 외세의 침탈에 저항한 민족해방 전쟁이었으며, 프랑스의 식민 지배와 미국의 개입으로 발생한 사회 구조적 왜곡을 바로잡아 나아가려는 사회 혁명의 성격을 함축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이 내세운 자유 민주 수호를 위한 베트남 참전의 명분은 베트남인들에게 전혀 공감을 주지 못했으며, 더욱이 미국의 패배로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 5천명이 목숨을 잃었고 1만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참전용사 상당수는 아직도 고엽제 후유증으로 질병을 앓고 있다.
참전 용사들이 입은 희생은 컸지만, 당시 정권은 파병으로 취약한 입지를 강화하고 경제 성장을 일으켰다고 참전의 명분을 내세웠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들과 군무원들은 국가의 부름이나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쫓아 전쟁에 참여했지만, 남베트남 패망으로 명분을 잃고 기억하기 싫은 전쟁으로 남게 되었다.
박태균 교수는 "베트남 전쟁"이라는 책을 통해 베트남 전쟁이 국제정치 측면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종전 후 참전국들의 정치 체제가 어떻게 개편되는가를 분석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베트남전에 관여하기 시작해서 후임자인 존슨, 닉슨 대통령이 미국 내 정치경제 상황과 맞물려 어떤 방식으로 베트남 전쟁에 임했는지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한국 정부가 베트남 참전 전후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했으며, 한 한국‧필리핀‧태국 등이 참전국들이 후 어떻게 독재 정권으로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어린 시절 월남전 파병을 지켜본 나로서는 베트남 전쟁의 어두운 면을 다룬 책들을 보고 나니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 시절 배를 타고 먼 길 떠나는 군인 아저씨들 그리고 대한 뉴스나 신문에 보도된 파월 국군의 승전보 소식에 그냥 들뜬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귀신 잡는 해병이 베트콩을 사살했다는 소식을 아무 생각 없이 접했었다.
그러나 1975년 베트콩과 북베트남군이 남베트남군을 함락하면서 마치 우리나라도 마치 북한 공산군에 점령당할 수 있다며 온 나라가 위기감에 빠져들어 갔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여하튼 전쟁은 독재자들이나 보수 강경파들에게 일반 국민을 쉽게 조종할 수 있는 매력적인 통치 수단으로, 기업가들에게 한몫 챙길 수 있는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민초들에게 불행과 고통을 안겨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한국과 베트남은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많다.
두 나라는 먼저 지리적으로 반도 국가로 동서보다 남북이 긴 나라다. 베트남의 남북간 길이는 2,000km로 한반도의 2배나 달한다, 반도 국가라는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많은 전쟁을 겪었고 다른 나라의 통치를 한때 받기도 했다.
양국은 역사적으로 무엇보다도 주변 대국인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唐나라는 한 떼 만주ㆍ조선땅에 安東都護府, 인도차이나반도에 安南都護府를 설치하고 조공을 받아왔다. 베트남은 이미 기원전에 한나라에 복속된 이후 10세기까지 간헐적인 독립운동을 제외하고 중국세력의 통치가 지속되어 왔었다.
양국은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아 유교와 불교의 전통이 동아시아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강한 편이어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았다. 베트남의 길거리에 사당과 사찰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집안에서 조상을 모시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무엇보다도 한국과 베트남은 식민지 지배와 분단과 동족상쟁이라는 고통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사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베트남은 통일 국가지만 우리는 여전히 분단국가이고 남북 간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통일 베트남은 분단의 후유증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실제 통일 직전 남베트남 정권의 부정부패로 인해 민심이 북베트남으로 이미 돌아섰기 때문에 통일 이후 큰 갈등이 겪지 않을 것 같다. 우리의 경우 분단이 길어질수록 남북 간의 갈등이 또한 남남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베트남에 비해 높은 경제 성장을 누리고 있지만, 베트남도 도이모이 개혁 정책을 채택한 이후 대외 개방과 시장경쟁을 통한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한때 서로 총을 부리면서 싸웠지만,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느 때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거점을 옮겨오면서 양국 간 교역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ㆍ베트남 인적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이주 여성은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으며 전체 이주 여성의 25%를 넘어섰다.
한ㆍ베트남 양국의 관계가 갈수록 밀접해가지만 양국 관계는 베트남 전쟁 때 우리 군의 참전으로 빚어진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야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베트남 정부는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는 정책 기조 때문에 베트남 전쟁에서 빚어졌던 한국군의 참전과 민간인 학살 등에 문제로 삼지 않고 있지만, 베트남 국민은 전쟁 기간 중에 겪었던 피해와 고통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양국이 불행한 과거 청산을 통해 고통을 함께 나눔으로써 진정한 화해에 이를 수 있고,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더욱 전진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진실을 이제는 감추려 하지 말고 드러내어서 이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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