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핑 도스토엡스키/석영중』
고려대 석영중 교수가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엡스키의 삶의 여정을 찾아 나선 기행문이다. 단순한 기행문이 아닌 도스토엡스키 작품의 의미를 찾아 나선 문학 기록문이자 에세이다.
석교수는 도스토엡스키가 태어난 모스크바에서부터 시작해 생을 마감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 까지 대문호가 남긴 흔적과 정신을 찾아 나섰다.
러시아는 물론 카자흐스탄과 체코, 프랑스, 스위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을 순회하면서 대문호가 남긴 발자취를 추적했다.
저자는 대문호가 실제로 살았던 도시, 머물렀던 지역, 방문했던 나라를 따라가면서 그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던 생각과 그의 펜 끝에서 흘러나온 글들을 더듬어 갔다.
저자는 장거리 여행을 통해 대문호가 거쳤던 실제의 공간과 지명이 그의 문학 속으로 들어가 작품의 실제 배경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도스토엡스키는 역마살이 끼었는지 타의로 또는 자의로 여러 군데 거처를 옮겨 살면서 그의 삶과 문학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가난한 사람들, 백치, 악령, 죄와 벌, 카마조라프가 형제들 도스토엡스키의 주옥같은 작품들은 모두 그가 머물렀던 지역과 거처와 밀접한 연결 고리를 갖고 있다.
석교수는 “특정 공간을 따라가는 대문호의 이동 궤적이 소설 속에서 사상의 움직임으로 복제되면서 놀라운 역동성의 문학을 창출했다”라고 결론을 맺었다.
책은 대문호의 삶의 궤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하면서 그의 일대기를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또한 대문호가 머문 공간에서 나온 작품 배경들을 소상히 소개하면서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도를 돕고 있다.
도스토엡스키는 인간의 심리와 영혼을 꿰뚫는 대작을 많이 남겼지만, 그의 글은 워낙 방대한데다 사변적이라 독자들은 어렵게 여기고 있다.
도스토엡스키의 삶과 작품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석교수의 책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석교수의 책을 읽고 나니 개인적으로 도스토엡스키의 삶은 신산함 그 자체였음을 더욱 느꼈다.
그는 공병 장교에서 한순간에 내란 혐의로 사형수로 몰려 시베리아로 유배 가면서 고달픈 삶을 살기 시작했다.
유배지에서 결혼했으나 본인의 간질 발병과 부인과의 불화로 고통을 받았다.
급기야 부인과 형의 죽음으로 남겨진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에 잠시 체류하는 기간에는 한 떼 도박에 빠져 남은 재산마저 모두 탕진하고 더욱 돈에 쪼들리는 삶을 살았다.
두 번째 부인을 만나 결혼하고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으나 그는 생계를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글쓰기에 전념했다.
도스토엡스키의 이러한 삶은 귀족 출신으로 풍족하게 살았던 톨스토이와 대비가 되지만 또 한 편으로 죽는 날까지 글을 쓰면서 생활해온 중국의 루쉰 작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삶과 체험이 작품 속에서 그대로 투영되리라고 볼 때 도스토엡스키의 험난한 삶은 결국 그의 대작 탄생에 밑거름과 자양분이 되었으리라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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