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화법과 대통령의 언어 (3)
외교적 화법의 기술은 중요하다. 그 이면에는 언제나 미묘한 이해관계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조속한 공사가 언제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어떠한 여건이 공사할 수 있는 여건인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한, 양국간 해저터널을 뚫기 위한 협의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 그 여건은 다른 문제를 놓고 양국간 협상이 이루어질 때 갖춰질 수도 있다.
외교적 화법을 잘 구사하면 여러가지 잇점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외교적 화법이 아닌 직설법을 잘못 사용하면 크게 일을 망칠 수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면서 급히 진화에 나선 것은 자신의 직설법이 가져올 파장의 크기를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EU 각국이 중국을 주요 교역대상국으로 판단하면서 많은 공을 들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 규모를 보면 우리나라에 비할 바가 못된다. 지난 1분기만도 우리나라의 중국수출은 382억달러에 달했다. 한 때 중국으로서는 우리나라가 두 번째 큰 수입대상국가이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에 그들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중국관련 발언은 파격적이다. EU의 정상들과는 분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방미 성과 공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북한제재 동참요구 발언, 장진호 전투 발언, 타이완 분쟁에 관한 발언등은 모두 직설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은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교역은 전에 없던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간 중국과의 무역은 흑자로만 일관해왔다. 한 때 흑자규모가 630억달러에 이를 만큼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무역흑자 유발국가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해 12억달러 흑자라는 유명무실한 금액으로 낙하했다. 올해는 아예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적자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1분기 수출액 382억달러는 사실 전년 동기대비 28.2% 감소한 수치다. 중국과의 주요 수출입국 23곳 가운데 최대 감소치다.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동안 79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 중국수출 규모 국가순위도 2위에서 5위로 추락한 상태다. 올들어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의 급격한 악화에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과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면 앞으로 추이는 더 장담하기 어렵다. 경제의 상당부분을 국가가 주도하는 중국의 특성상 정치적 불편함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여기에 중국 국민들의 반한 정서가 어떤 식으로 폭발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정치적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지속하면서 중국과 불편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화법의 구사가 역할을 한다. EU 국가들이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 의사가 없음을 말할 수 있는 것도, 일상의 언어와는 다른 외교적 화법이라는 도구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교적 화법이 없는 대통령의 언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에 기고되었던 글입니다. 기고된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14703&[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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