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달러 패권, 새로운 통화질서 앞당겨지나 (하)
고금리 정책이 미국의 국채시장에 주게 될 부정적 영향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꾸준히 내다팔면서 지난 1월말 기준 보유량은 8594달러로 1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과 미국 사이에 금리차가 커지면서 앤 캐리 트레이드 청산 조짐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헤지펀드 가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랄 수 있다.
물론 흔들리는 달러패권의 기조를 미국이 두고만 볼리는 없다.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은 자명하다. 리비아, 이란, 베네수엘라, 중국 등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아온 국가들의 공통점이 탈 페트로달러 시도와 얽혀있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 사실이다. 사우디 역시 함부로 처신할 수 없는 이유다.
세계경제의 혼란은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의 가치를 올려놓는다. 몇몇 국가들의 경제적 희생이 동반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중동의 정치적 혼란이 달러패권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달러 패권화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또다른 전략은 차세대 반도체 지배다. 차세대 반도체를 자국 내에서 주도적으로 생산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에 대해 자국내 생산시설 이전을 유인하면서 사실상 기술정보 이전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이를 달러패권의 문제와 연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트로 달러에 이어 세미코노 달러(Semi-Cono Dollar)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수도 있다.
달러의 위상하락은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다. 물론 급격한 변화는 지금으로서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결제통화의 다양화내지는 또다른 기축통화의 출현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위안화의 공세도 완전히 막아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같은 흐름은 미국 자신이 자초한 바가 크다. 지나친 자국 우선주의에 이웃 국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다. 빠른 금리인상과 강달러 정책도 그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러시아를 SWIFT에서 제외시킨 것도, 결과적으로 달러화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각국 중앙은행의 보유화폐 다각화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 달러가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된 결과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화폐 자체에 대한 인간 본연의 불안함이 주된 요인이다. 가치가 없는 것에 대한 인위적 가치의 부여, 여기에 내재된 불안함이다.
1971년 미국 닉슨대통령이 달러 불태환 방침을 발표한 지 반세기가 지났다. 인류에게 통화가 만들어진 이래 내재적 가치 없는 화폐를 전세계적으로 경험했던 첫 50여년인 셈이다. 다양한 다른 시도들이 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 암호화폐도 알고보면 그 중 한가지다.
달러화는 불태환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 채 지위를 누려왔다. 그 50년 동안 많은 국가들이 빠른 경제성장을 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이라는 한 나라가 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정치적, 경제적 지형의 뒤틀림이 있었다.
다양한 기축통화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통화질서가 실험대에 서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그 실험이 언제 이루어지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분명하지 않지만, 요즘 세계경제 흐름을 보면 그 가능성이 성큼 앞으로 다가왔음을 감지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에 기고되었던 글입니다. 기고된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1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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