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문과생들의 무덤, 이대로 괜찮을까?(하)
문이과 통폐합의 근본 취지는 이른바 ‘융합형 인간’이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소양을 지닌 지식인을 만들어내겠다는 것. 이상은 좋았다.
현실은 ‘비 융합형 사회’가 창출될 가능성이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수학을 포함하여 모든 과목을 잘하는 만능형 인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개연성이 커졌다. 적어도 수능과 정시 입학시험이라는 제도만으로 국한시켜 봤을 때는 그렇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수학적 재능이 전혀 없는 미래의 셰익스피어는 대학이라는 첫 관문부터 좌절을 해야 할 판이다. 특정한 분야에 아무리 뛰어난 머리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고등학교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재주가 없는 한, 그가 ‘융합형 인간’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융합형 인간’을 추구하는 대신 ‘융합형 사회’를 희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융합형 인간’의 다른 표현은 ‘다재 다능한 인간’이다. 한 때 우리 사회에 융합형 인간의 표본격으로 ‘스티브 잡스’가 부상한 적이 있었고, 교육은 이러한 인간형을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하기도 했다. 문/이과 통합의 저변에는 이러한 의식의 흐름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구나 스티브 잡스가 될 수는 없다. 그럴 필요 또한 없다. 개개인으로서야 융합형 인간이 소망스러운 것일지 몰라도, 사회 전체로서는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비융합적 인재들의 결합이 더 융합적인 사회를 형성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갈수록 국가간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세분화될 수 밖에 없다. 그럴수록 적당한 만능형 인간보다는 한 분야에 정말 뛰어난 인재야말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간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정시 입시제도는 반대의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입시는 미래 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동떨어져 있는 제도가 아니다. 지금의 입시제도가 다양한 분야의 미래 인재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재능을 최대치만큼 가져다 쓸 수 있도록 잘 설계된 것인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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