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의 성공과 한국의 우주산업 (1)
지난 달 21일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3호는 명실공히 순수 국내기술로 설계, 개발된 발사체다. 75톤급의 액체연료 엔진은 물론 7개의 큐브위성, 페어링에 이르기까지 모든 핵심기술이 국내연구진에 의해 확보됐다. 확실히 이 날은 우리나라 우주산업 역사상 한 획을 긋는 날이었다.
이보다 앞서 일본은 지난 해 10월 소형 고체연료 로켓인 ‘입실론 6호’와 올 3월 H-3로켓 발사에 연거푸 실패한 바 있다. 누리호 3호가 발사에 성공하면서 마치 우리의 우주기술이 일본을 넘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해가 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날의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우주강국 대열의 끝자락에 자리를 잡았을 뿐이다. 이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일본의 우주개발기구인 JAXA가 설립된 것은 지난 1955년이다. 일찍이 1970년에 인공위성 ‘오스미’를 발사했다. 2014년 발사된 하야부사 2호는 2018년 소행성 류구에 도착해 2년 후인 2020년 토양과 암석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하는데 성공했다. 우리와 확연한 기술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반도체 등 주요 산업분야에서 우리보다 기술적 열위를 보이고 있는 중국 역시 우주산업 분야에서는 예외다.
2019년 중국의 탐사선 창허 4호는 달 뒷면의 사진과 영상을 지구로 전송한 바 있다. 그간 달 뒷면의 영상은 지구로의 송출이 어려웠으나 중국은 중계위성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 해 말에는 선저우 15호를 톈궁에 발사함으로써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이어 영구적으로 우주인이 머무는 두 번째 우주정거장을 완성했다.
인도와의 격차도 분명하다. 인도는 이미 지난 2014년 화성탐사선인 망갈리안을 발사해 미국, 유럽, 러시아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우주선을 화성에 보낸 나라가 됐다. 올 7월에는 달 탐사로봇(로버)을 탑재한 찬드라얀 3호의 발사가 예정되어 있다.
미국, 러시아와 같은 우주산업 선두그룹과의 차이는 물론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다른 산업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가 유독 우주산업 분야에서만 뒤쳐졌던 데에는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다.
1989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향우연, KARI)의 전신인 항공우주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시작된 한국의 우주산업은 출발 자체가 그만큼 늦었다. 이후에도 미국에 의한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으로 우주로켓 개발에 어려움이 컸다. 자본력이나 기술력은 차치하고서라도 한미 양국간 관계에 따른 실질적 제약이 있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비즈니스포스트에 기고되었던 글입니다. 기고된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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