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문과생들의 무덤, 이대로 괜찮을까?(중)
강남의 어느 한 입시컨설턴트에 따르면, 지난 해 입시에서 수학 1등급 학생 중 문과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2등급 학생 중 문과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정도. 이른바 문과학생들은 수학등급 3등급부터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나마 재수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재학생 중에서 수리영역 1등급 문과학생은 씨가 말랐다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학생은 원점수 만점을 맞더라도 한 문제를 틀린 미적분 선택 학생보다 낮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지난 해의 경우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은 같은 1등급을 받기 위해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보다 원점수 5점을 더 받아야 했던 것으로 입시기관들은 추정하고 있다. 상위권 문과 학생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미적분을 선택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문/이과가 통합된 입시에서 문과 학생들만의 영역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경제, 경영 등은 이제껏 문과 학생들의 영역이었으나 이제는 이과 학생들의 영역이 되고 있다. 통계학과 같은 문/이과 경계성 과목은 말할 것도 없다. 수학이라는 이과적 요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학, 인문학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대의 자유전공학부의 예를 들면, 법대가 로스쿨로 대체되면서 생긴, 말하자면 문과생들을 위한 학부였다고 말할 수 있다. 34명을 차지하는 2022학년도 입시 합격생 중 32명이 이과생이고 문과생은 2명에 불과했다. 문과생들의 영역이던 자유전공학부를 이과생들에게 빼앗긴 형국이다.
문과성향의 학생들이 이과 과목의 학과로 진로를 정하기는 쉽지 않다. 설령 어느 문과성향이 학생이 수능에서 고득점을 했다 해서, 이과쪽으로 진로를 바꾸기는 어렵다. 수학을 피해 문과를 선택한 학생이라면, 언감생심 대학을 이과 쪽으로 바꾸어 갈 생각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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