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의 성공과 한국의 우주산업 (2)
한국이 잠재적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여건이 갖추어진 지금, 때마침 세계는 우주산업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KDB 미래전략 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 시장은 지난 2021년 3860억달러에서 2040년 1조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석기관마다 큰 차이는 있지만, 한결같이 무한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우주산업 분야가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큰 폭의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은 응용분야가 넓고 파생산업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주산업이라 하면 우주탐사, 미래자원, 발사체 등과 주로 연관을 짓기 쉽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태양계 소행성인 16프시케는 100억톤 가량의 백금을 비롯, 1000조달러 가치를 지닌 희귀광물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사(NASA)는 오는 10월 실제로 이 행성에 탐사우주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가까운 달에는 최소 100만톤에 달하는 헬륨-3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론적으로는 핵융합 상용화 기술을 확보한다는 가정 하에 전 인류가 1만년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현실의 우주산업 흐름은 대개 이런 먼 미래와 연관된 것들이 아니다. 응용분야와 파생산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KDB 보고서는 2021년 세계 인공위성 발사체 시장규모를 57억달러 정도로 추정했다. 전체 우주산업의 15%에 못미치는 수치다. 산업의 중심이 다른 곳에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인공위성의 소형화 추세와 관련이 있다. 기상예보, 해양정보 측정, 통신, 항법, 지형관측, 우주탐사 등 인공위성의 용도는 점차 세분화내지는 특성화되고 있다. 작은 위성은 이에 적합하다. 빠른 제작 및 성능개선, 비용절감등이 가능하다. 우주산업이 국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옮겨가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단분리 로켓, 하이브리드 로켓 등 가성비 좋은 로켓산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같은 추세의 반영이다. 연료 분야에서도 기존의 폴리머 계열 대신 산화제와의 분리저장으로 폭발위험을 줄이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파라핀 계열 쪽이 부상하고 있다.
3D 프린팅 기술 역시 우주산업과 연관돼 있다. 이미 ISS에서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스패너로 부품을 수리한 바 있고, 2016년에는 식용가능한 햄버거를 만든 적도 있다. 렐러티비티 스페이스(Relativity Space)가 3D 프린터를 이용해 로켓의 85%를 제작한 바 있고, 이스라엘기업 알레프 팜스(Aleph Farms)는 우주에서 배양육 생산기술을 개발중이다.
우주 쓰레기 청소사업 또한 새롭게 부상하는 분야다. 미국 정부가 지난 2021년 우주쓰레기 청소에 1억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이 사업의 필요성이 부상하면서 아스트로 스케일(일본), 클리어 스페이스(스위스), 오빗 가디언스(미국), 오브루타(Obruta, 미국) 등과 같은 기업들이 줄줄이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해양안테나 분야에서는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인텔리안 테크와 같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 국내외에서 상당한 수주를 따내고 있다. 특성상 크고 강력하면서도 다양한 방향으로 빠른 회전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 분야에서 우리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는 우주 발사체 재사용 산업은 향후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다. 미국의 스페이스X가 팰컨 9 로켓의 1단을 재사용, 발사비용을 크게 줄이면서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기술개발을 위해 스페이스X와 협력하고 있다.
2001년 미국의 데니스 티토(Dennis Tito)가 민간인으로서는 처음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12일간의 우주관광을 시도한 이래, 우주관광 산업 또한 본격적인 시장형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달 25일 미국의 버진캘러틱이 VSS유니티에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상용화에 앞서 최종 점검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현재 800여명이 예약구매를 완료한 상태다. 티켓가격은 45만달러로 초 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차세대 엔진 개발과 더불어 연간 400회까지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
블루오리진, 스페이스X, 제팔토, 스페이스 어드밴처, 인넬사트, 아리안 스페이스, 러시아 연방 우주국(Roscosmos) 등 관련 기업들이 앞다퉈 우주여행 산업을 계획하거나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컨설팅기업인 딜로이트(Deloitte)는 오는 2030년까지 우주여행을 경험하는 민간인 수가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주산업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2016년 일본의 우주 벤처기업인 ALE가 망간과 알루미늄을 대기권에 방출하는 방식으로 인공 별똥별을 만들어 일본 전역에서 100만명 이상이 이를 관찰하기도 했다.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위성을 통한 인공 별똥별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고, 러시아의 로스코스모스 역시 올해 인공 별똥별 프로젝트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우주산업이 안보와 방산쪽으로도 강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2018년 중국이 위성공격 미사일 실험에 들어가자 당장 인도가 다음해인 2019년에 저궤도의 자국 위성을 미사일로 격추하는 실험에 성공해 중국에 무력시위를 한 바가 있다. 위성과 관련, 창과 방패 양쪽 산업 모두가 태동하고 있다.
우주산업과 연관된 분야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무궁무진한 차세대 먹거리와 관련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랄 수 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비즈니스포스트에 기고되었던 글입니다. 기고된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17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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