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논술 인문학 - 25년차 대입 논술로 풀어보는 인문학 쟁점들
25년차로 접어든 대입 논술에서 그동안 줄곧 제기된 인문학의 쟁점을 한 권으로 엮은 인문 교양서(논술 인문학, 조진태 저, 주류성출판사)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지난 1997학년도 서울대의 ‘어린왕자’ 제시문을 비롯, 전국 주요 30여 개 대학에서 25년 동안 출제한 수천 개의 논제를 토대로, 대학이 그동안 물어온 인문학의 지향성을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별 문제와 예시답안 등을 단편적으로 소개하는 논술수험서가 아니라, 대학 지성이 논술 고사를 통해 공유한 지적 사유와 인문학적 고민을 분석해 유기적으로 종합하고 쉽게 풀이한 교양서의 맥락에서 이 책을 기획했다고 출판사는 밝혔다.
이 책은 모두 9개 단원에서 32개의 인문학적 쟁점을 다양한 제시문과 사진, 도표 등을 활용해 전하고 있다.
1장부터 4장까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를 성찰하고,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긴 여정에서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가라는 물음들로 구성되었다. 5장부터 8장까지는 사회 속 인간을 향한 물음을 배치했으며, 9장에서 13장에는 ‘삶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해 동서양의 만남으로 시각을 넓히고 있다.
14장부터 17장은 대학들이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진 자본주의 경제체제 논의로, 18장에서 21장은 정치, 기술, 인터넷 등 시사적인 주제들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22장부터 29장은 결국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되돌아온다. 언어를 통해 지식을 형성하고, 이를 기록하며, 윤리, 사회적 삶을 영위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특성에 대한 탐색들이다. 30단원부터 32단원은 모든 논술 문제의 공통분모, 즉 주어진 텍스트를 통해 타인의 사유를 수용해서 이를 확대하거나 혹은 전복(顚覆)하는 ‘사고 실험’의 원론을 제시한다.
다양한 제시문이 주제에 따라 짧게 발췌, 인용했지만 대학이 공개한 예시 답안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마지막 부연 단원에 대학별 서술법만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다.
출판사는 ‘논술 25년 역사는 인문학적 물음들의 보고(寶庫)’라면서 “지금까지 인문계 논술에 출제된 문제는 수천 문항을 넘지만, 인문학적 사색은 하늘 아래 매년 새로운 지식일 수 없다.“고 전제했다. 따라서 과거의 인문학이 요구하는 현재적 고민을 살피는 지적 즐거움을 통해 개인과 우리 사회를 성찰하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출간했다고 설명했다.
∎ 출판사 리뷰
”논술은 국어 시험과 달라, 미식가가 아니라 요리사를 선별하는 전형입니다“
주어진 식재료를 맛보는데 그치지 않고, 그 특성을 파악해 새로운 음식을 조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논술에 걸맞은 문장력을 갖추고 제시문의 논점을 제대로 이해한 뒤, 대학이 요구하는 논증을 전개하는 복합 능력이 요구됩니다. 그런데 논술은 백일장과 달라, 글솜씨가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문장력은 음식을 담는 그릇일 뿐입니다. 그릇이 투박해도, 음식이 빼어나면 손님은 그릇을 탓하지 않습니다. 맞춤법은 그릇의 위생상태 정도에 해당합니다.
훌륭한 요리사의 첫 번째 조건은 손님의 주문을 정확하게 알아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어진 재료의 특성과 이들이 서로 어울리는 과정에서 어떤 맛으로 변하게 될지를 예측해야 합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요리사들은 어떤 메뉴인지조차 알아듣지 못하고 설탕과 소금조차 혼동한 채 조리를 시작합니다. 주방은 넓고 혼란스러우며 재료는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몇몇 메뉴의 표준 레시피만을 달달 외운다고 좋은 요리사가 될 수 없습니다. 손님이 어떤 요리를 주문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다양한 인문학의 대표적인 식재료를 맛보고, 스스로 이를 버무리고 가열해서 요리해보는 상상력의 확장을 위해 기획했습니다. 모든 인문학 지식을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인문학 지식에도 모든 인문학의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이에 대해 스스로 사색해 본 적이 없다면, 읽어도 읽을 수 없습니다. 지문을 읽고도 엉뚱한 이야기를 서술하는 이유입니다.
인문학은 수학과 달라, 정답이 없습니다. 세상에 최고의 요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손님의 식성과 주어진 재료에 따른, 그때그때 최선의 요리만이 있을 뿐입니다. 인문학에는 삶과 세상에 대한 인간의 풀리지 않는 고민이 녹아있고, 대학은 인문학의 궁극적 목표인 ‘글쓰기’를 위한 치열한 지적 사색을, 지난 25년여 동안 물어왔습니다. 이 책에는 “인문학에 답이 없다”는 명제를 제외하고는 어떤 정답도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명제조차 자기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 지은이
조진태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세계일보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에서 법원, 대검찰청과 대법원,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을 출입했다. 이후 국회의원 보좌관과 디지털 타임스 기자로도 일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청원논술’을 운영, 20여 년 동안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전작으로 『난중일기 - 종군기자의 시각으로 쓴 이순신의 7년 전쟁』, 『징비록 - 종군기자의 시각으로 회고한 유성룡의 7년 전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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