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을 입양하는 완벽한 방법(하)
유기견을 입양하는 완벽한 방법(하)
식구가 되어가는 과정
사나흘이 지나 눈치껏 방안에서 별로 뛰어다니지 않았습니다. 제 영역을 충분히 표시했고, 차가운 눈초리도 여전히 번뜩입니다. 그래도 제 사랑 젊은 여자가 나갈 때는 참지 못하고 울게 됩니다. 새 출발을 하면서 만난 제 첫 정이고, 그 여자의 향기가 사라지면, 자꾸 캔넬속에 갇혀 살던 센터가 스쳐 갑니다.
아주머니는 저 같은 것도 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경험했나 봅니다. 깜짝 놀라는 눈치입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제법 힘을 주어 안아줍니다. 그래서 주방 설거지대에 제 앞발을 넌지시 걸어 보았는데, 나무라지 않고, 말을 걸었지요. 설마 제 이상향인 젊은 여자에 대해 험담을 하지는 않았겠지요. 이후부터 "시끄럽다. 부잡스럽다"는 타박이 조금 줄었습니다.
다음날, 대소변은 집에서 보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아저씨와 정말 잠깐 산책하는 시간을 이용했습니다. 사실 저는 인간에 대해 배울 만큼 배웠지만,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저에 대해 배운 것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다행히도 아저씨가 대소변을 가린다는 이유로 저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실상은 그 전에는 기회도 주지 않아 놓고 말이지요.
아저씨와 산책하는 동안 찍은 제 모습입니다.
제가 앞으로 이 집에서 잘 살 수 있을지, 다시 센터로 돌아갈지, 사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던 시절입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칠자 만큼도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몇해전 기억이라 가물가물 하지만 두서없이 떠올려 봅니다. 다섯 살 바기, 이런저런 신세 타령이 옥중 춘향이의 사연을 넘습니다. 정말 우물에 매달린 뒤웅박 신세입니다. 그 뒤로 뒤웅박에 매달려 흔들흔들 살아온 이야기는 한 두 차례 더 전하고, 혹시라도 내년에도 이 집에 있게 되면 속보를 전하지요.
새해 복을, ‘개 많이’ 받으십시오. 저희들에게는 최고의 인사법입니다. 혹시라도 거부감이 생기면, 제발 저희를 입양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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