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집[전남진]
청원닷컴 / 청원닷컴 편집인
기사 입력 : 2021.03.24 13:09
/ 최종 수정 : 03.24 13:09
마지막집 전남진
이 길 끝에 집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집을 떠날 때 밝은 아침이면 좋듯 돌아갈 땐 아주 어두운 밤이라도 좋지. 창 밝힌 집, 밤공기에 숨어, 숨은 냄새에도 추억은 있지. 이제 집에 닿아 불빛 환한 방문을 열면, 거기 지나버린 시간이 고스란히 기다리고 있다면, 그렇다면, 흙 마르는 냄새, 불빛보다 먼저 나오고,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 그때처럼 나를 본다면, 그렇다면, 익숙한 높이로 몸을 낮춰 방으로 들어가 늘 앉던 자리, 하얗게 쌓인 시간 위에 앉아, 떠난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겠지. 불을 끄면 별과 달빛으로 밝혀지는 방문, 세상은 다시 그때처럼 방을 향해 불을 밝히겠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슬퍼도 슬프다고 말하지 않는 마음
안과 밖, 경계 사라진 한없이 넓은 마음에
그리움이라 해도 좋을 것들을 그 하나를 잃어버리고
혼자 돌아와 눕는 내 마지막 집이여
이 길 끝에 집이 있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네.
시 : 전남진(시인)
낭독 : 김현
시인 전남진 님의 허락을 받아 낭독과 게재가 이루어졌습니다. 전남진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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