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전남진)
청원닷컴 / 청원닷컴 편집인
기사 입력 : 2021.02.24 22:27
/ 최종 수정 : 02.24 22:27
소나기
전남진
산 아래로 길이 내려온다
눈동자에 길 새겨진다
휘어져 어깨에 감긴다
눈을 감아 길을 끊는다
아주 잠시, 그리고
작게 네 이름을 부른다
그 이름 쓸쓸함에 젖는다
너를 부정한 만큼 나는 아팠다
생각을 지우려
엉뚱한 추억의 담장들을 넘어다녔다
그때마다
송글송글 네 얼굴 솟아나
물든 나뭇잎처럼 떨어졌다
그렇게 너를 지우고 간 이별처럼
꽃을 지우며 가을이 가고
사랑한다며
팔을 툭 치고 달아나는 소녀처럼
네 마음에도 어디쯤 오래된 길 하나 뛰어가겠지
지난날 내 비겁함이
오늘은 종일 구름으로 글썽이다
때늦은 후회처럼 비 내린다
두둑두둑 산이 부러지고
길이 거칠게 튀어 오른다
피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함부로 뛰어가는 신발에 꽃잎이 묻어왔다
가을이 끝나는 길,
네 마음에 묻는 내가
비를 피해 뛰어가고 있었다.
시 : 전남진(시인)
낭독 : 김현
시인 전남진 님의 허락을 받아 낭독과 게재가 이루어졌습니다. 전남진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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