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거대 스마트 도시의 꿈, 첫걸음마 잘 뗄 수 있을까?
사우디 거대 스마트 도시의 꿈, 첫걸음마 잘 뗄 수 있을까?
12주식 공개 성부여부가 첫 관건
주식 공개가격 높다는 평가 속, 사우디는 감산계획
564조원의 투자, 서울 44배의 면적, 풍력과 태양광만을 이용한 에너지 공급, 인구보다 많은 로봇, 꿈의 거대 스마트 도시 네옴(NEOM)을 향한 사우디 아라비아의 야망은 순조롭게 실현될 수 있을까? 그 첫 시험이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 야심찬 계획을 위해 사우디 왕가가 계획하고 있는 아람코의 기업공개가 오는 12일 시작된다. 아람코 총 주식 중 1.5%의 첫 거래가 개시되는 것. 총 256억 달러 규모니까, 이명박 정부가 4대강에 쏟아부었던 20조원과 비교해도 대략 50%나 더 많은 금액이다.
1.5%의 공개만으로도 사상 최대규모의 주식매각 규모가 되고 있다. 기업공개와 관련한 주식매각 규모는 그동안 중국의 알리바바(Alibaba)가 250억달러로 최고의 위치를 지켜왔다. 2018년 기업공개를 했던 소프트뱅크나 2008년 공개한 비자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초기 매각규모를 모두 뛰어넘고 있다.
물론 실제 공개후 사우디 주식시장에서의 시세변동에 따른 차이는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사우디 왕가는 아람코 도시 건설을 위해 아람코 주식의 5%까지 매각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제 겨우 그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셈이다.
당초 사우디는 투 트랙을 통한 주식매각을 계획했었다. 자국 주식시장을 통해 일부를 공개매각하고 나머지는 해외 기업에 매각하는 방식이 그것. 이 계획은 매우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생각지 않던 변수가 발생했다. 아람코 정유시설의 일부가 지난 9월 14일 속절없이 드론공격을 당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눈길이 싸늘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우디 아람코 본사[사진=Wikipedia]
여기에 EU를 중심으로 환경규제에 관한 로드맵들이 쏱아져 나오면서 탄소원료인 석유산업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보는 견해들이 점점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EU의 경우 불과 얼마전 2050년까지 미세먼지 제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들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 기존 석유회사들이 다업다각화를 통한 석유사업으로부터의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기사들도 심심찮게 쏱아져나오고 있다. 사우디로서는 갑작스런 악재가 닥친 셈이다.
결국 이번 주식매각은 사우디 투자자들과 일반시민, 그리고 쿠웨이트와 아랍 애미리트 등 인근 아랍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게 됐다. 이에 앞서 사우디 정부는 국내 일반시민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다. 동맹국 기업들의 주식매입은 이번 공개금액의 약 10% 정도로 예상된다.
주식 전문가들은 주식의 공개가격부터가 지나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주당 32사우디 리얄로 가격을 책정했는데, 이는 우리 돈으로 약 1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실제로는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져봐야 알겠지만, 이는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라는 평가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주식 공개가격이 너무 높다는 얘기가 높아지자, 아람코측은 내년 총 750억달러의 배당을 포함한 몇가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또한 다른 대규모 오일기업들의 주식 상대가격과 비교했을 때, 별반 매력이 없다는 투자자들의 지적이 먼저 나오고 있다. 공개된 주식이 1.5%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계산으로 투자자들의 몫은 11억5000만달러 정도다.
이번 공개의 성공여부가 남은 주식의 공개와도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아람코측은 공개후 시장에서의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벌써부터 사우디가 대대적인 감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사우디측은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및 석유생산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비엔나에서 접촉한 바가 있다. 석유생산과 관련한 토의를 위해서다. 물론 아람코 혼자만의 힘으로도 상당한 감산을 해낼 수는 있다. 아람코는 현재 7만60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하루 생산량이 1천만 배럴을 넘는 상태이다. 이는 브라질, 베네수엘라, 멕시코,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 등과 같은 주요 산유국의 생산량 전체를 합한 것보다 더 큰 규모이다.
여기에 몇몇 중동 동맹국가들이 협조한다면, 충분히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설령 감산을 합의한다 치더라도 얼마나 잘 지켜질지, 또 어느 정도 감산에 성공해서 실제로 유가가 오른다 하더라도 주가에 영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가라는게 당장의 현실보다는 미래의 추이에 더 민감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고유가 전망이 없는 한 그 효과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아람코의 주식공개와, 이를 재원으로 한 사우디 아라비아 2030 비전의 실현, 이의 중심사업이랄 수 있는 거대 스마트 도시 NEOM의 건설 등에 대한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불투명한 가운데 아람코는 아직까지 거대기업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아람코의 순익은 1000억유로를 넘어섰는데 이는 미국의 간판격 기업인 애플(Apple)과 알파벳(Alphabet) 두 곳의 순익을 합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올 들어 유가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난 9월말까지 610억유로의 순익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석유공급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기업으로서의 면모다. 세계 10개의 유정 중 5개는 이 회사의 지배력하에 있고, 가장 싼 가격에 석유를 공급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런 저런 점을 감안해본다면, 이번 주식공개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스마트 신도시 NEOM의 건설계획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는 단순한 스마트 신도시의 계획만은 아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비전 2030은 언제까지나 석유만 팔아 살 수 없다는 사우디측의 전략적 비전이랄 수 있다. 이미 석유만 팔던 아랍 에미리트가 두바이 신도시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비즈니스의 허브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된 사례를 사우디가 어디까지나 지켜 보고만 있을리는 없다.
사우디의 탈 석유산업 전략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인데, 그 첫단추로서의 이번 주식공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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