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씨의 교황 기본소득 주장론, 글쎄?
황교익씨의 교황 기본소득 주장론, 글쎄?
프란시스 교황은 기본소득을 주장했을까? 주장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일까?
황교익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프란시스 교황이 기본소득, 기본임금 둘 다 언급했다고 주장하면서 기본임금만 언급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주장의 근거로 인터넷상 ‘생각공장’ 사용자의 주장을 들었다. 청원닷컴은 황교익씨의 주장 근거인 ‘생각공장’ 사용자의 글을 살펴보기로 했다.
사용자 ‘생각공장’은 자신이 ‘Pope Francis's view on Basic income’라는 키워드로 구글 검색을 했고 그 결과 교황이 작년 12월에 낸 책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 내용은 다음과 같다. (파란색 밑줄은 청원닷컴 처리)
Pope Francis wrote this:
“Recognizing the value to society of the work of nonearners is a vital part of our rethinking in the post-Covid world. That’s why I believe it is time to explore concepts like the universal basic income (UBI), also known as ‘the negative income tax’: an unconditional flat payment to all citizens, which could be dispersed through the tax system.
The UBI could reshape relations in the labor market, guaranteeing people the dignity of refusing employment terms that trap them in poverty. It would give people the basic security they need, remove the stigma of welfarism, and make it easier to move between jobs as technology-driven labor patterns increasingly demand. Policies like the UBI can also help free people to combine earning wages with giving time to the community.” (pp. 131-132)
아울러 이 글을 ‘세계 기본소득 연대’가 인용했음을 밝혔다. 인용한 글의 링크는 다음과 같다.
결론은? 교황이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사실이라는 것, 하지만 그것이 지금 우리 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는 것, 교황이 굳이 이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것이다.
‘생각공장’ 사용자가 근거로 제시한 교황의 글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청원닷컴이 푸른색으로 밑줄처리한 부분이다. 대략적인 번역은 다음과 같다.
“이 점이 바로 제가 이제, 역소득세(Negative Income tax)라고도 알려져 있는, 보편적 기본소득과 같은 개념을 살펴봐야 할 때라고 믿는 이유입니다. 역소득세란 모든 국민들에 대한 조건없는 균일 임금이며, 조세제도를 통해 확산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교황은 자신의 보편적 기본소득이 역소득세를 통한 방식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Negative Income tax는 흔히 ‘생활보조금’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 소득자에게 주는 보조금’을 이르는 말이다. 보통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자에게 징수하는 것이 소득세라면, 역소득세는 반대로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자에게 정부가 지급해주는 보조금이라는 뜻이다. 누구에게나 일정금액을 준다는 의미에서의 보편지급과 거리가 먼 개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교황은 ‘조건없는 균일임금(unconditional flat payment)’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는 사실상 ‘무조건적인 균일 금액 지급’이라는 뜻이 아니다. 각각의 소득자들의 수준에 맞춰 과세를 하거나 부(負)의 과세, 즉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일자리 간의 임금을 균일한 수준으로 맞추자는 의미이다.
다음 단락은 이를 명확히 해주는 귀절이다. 조건없는 균일임금을 통해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서 그들로 하여금 가난의 덫에 걸리도록 만드는 고용조건을 거절할 수 있는 존엄성을 보증하자’는 내용과 ‘일자리간의 이동을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교황은 보편적 기본소득이라는 용어만을 사용했을 뿐,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동일 소득액의 지급과 같은 내용을 주장한 바가 없다.
링크된 ‘세계 기본소득 연대’는 교황이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역소득세는 기본소득과 다르다는 설명만 내 놓았을 뿐, 교황이 역소득세 입장을 명확히 했다는 분석은 내놓지 않고 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단체의 성격에 비추어 교황이 주장하는 논점을 의도적으로 흐리게 한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생각공장’ 사용자는 교황이 기본소득과 역소득세를 살짝 혼동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황은 혼동한 사실이 없다. 역소득세를 통해서도 보편적 기본소득(UBI)의 개념을 충분히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교황의 지문을 조금만 꼼꼼히 살펴보면 교황의 주장은 역소득세이며, UBI는 역소득세를 통한 소득의 균일성에 방점이 맞춰져 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생각공장’ 사용자는 왜 굳이 교황이 이 둘의 개념을 혼동했다고 주장했을까? 자신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주장한 대로 진짜로 영어를 못읽는걸까? 아니면 구글을 못하는 것일까? 반박을 하려면 팩트체크라도 제대로 해야 공감을 얻을 텐데, 왜 그랬을지는 본인만이 알 것으로 판단된다.
황교익씨는 왜 ‘생각공장’ 사용자의 글을 인용하면서 정확한 내용관계를 파악하지 않았을까? 지금으로서는 이 또한 본인만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추정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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