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권 풀린 미키마우스 오리지널 캐릭터, 사용전 알고 있어야 할 것들
[ 원고 ]
혹시 아직까지 모르고 계셨다면, 이 동영상을 보고 계시는 이 시각 이후, 여러분께서는 월트 디즈니의 1928년 미키마우스 오리지널 캐릭터를 마음껏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고, 원본을 개작하거나 파생적 창작물을 만드실 수도 있습니다. 2024년 1월 1일부로 1928년 오리지널 원작 캐릭터의 저작권 유효기간이 미국에서 만료된데 따른 것입니다.[자막 = 지금부터 1928년 오리지널 캐릭터는 그냥 오리지널 캐릭터로, 미키마우스는 미키로 줄여 표기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핫하게 부상하고 있는 스테이블 디퓨전이나 혹은 미드 저니 등을 이용해 원작캐릭터를 변형하거나 동영상으로 만들 수도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캐릭터나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릴 수도 있습니다. 속은 상하겠지만 월트 디즈니가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자세히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주의점만 정확히 숙지한다면, 캐릭터를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현재 일부 국내 매체들의 경우, 마치 디즈니가 상표권을 이용해 원작 캐릭터의 사용을 어렵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미리 밝혀둡니다. 뒤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꼼꼼한 취재를 귀찮아하는 국내 매체들의 헛발질입니다.
원래 오리지널 캐릭터의 저작권 유효기간은 20년전에 만료됐어야 했습니다. 그 때까지 미국의 저작권보호법은 저작물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75년으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리지널 캐릭터의 보호기간이 끝나갈 무렵, 디즈니를 비롯한 몇몇 관련업체들이 이의 연장을 위해 치열한 로비를 했습니다.
결국 보호기간이 75년에서 95년으로 20년 연장되면서 당시 이 법안에는 ‘미키마우스 보호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어쨋거나 이로서 미국의 저작물에는 95년이라는 거의 한세기에 가까운 보호기간이 정해졌습니다. 디즈니는 이번에 또 다시 기간연장을 위해 노력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디즈니만큼 저작권 보호에 진심인 기업도 흔치 않습니다. 1987년 일본 어느 조그만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던 사건이 이를 잘 말해줍니다. 당시 이 학교의 졸업생 106명이, 졸업 기념으로 학교 수영장 바닥에 두 달 동안에 걸쳐 미키마우스 그림을 그렸습니다. 디즈니 저팬이 이 사실을 알고 학교측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디즈니 저팬과 원만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결국 학교측이 디즈니 그림을 도색으로 지우기에 이르렀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받게 될 상처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모금행사에 참여했던 아버지들이 DVD 영화 ‘라이온 킹’을 함께 시청했다가 250달러의 벌금을 물기도 했습니다. 모금액이 고작 800달러인 조촐한 행사였는데 말이죠.
2019년에는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아카데미 시상식 오프닝 행사에서 백설공주 캐릭터가 등장한 패러디물을 공연했다는 이유로 디즈니와 법적인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이든 권위가 높은 단체이든, 디즈니는 자신들의 캐릭터 저작권 보호에 관한 한 절대적으로 양보가 없습니다.
여기서 잠깐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퀴즈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됐다면, 여러분은 탈출하기 위해 무슨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요?
정답은 미키마우스를 그리는 것입니다. 디즈니는 여러분이 어디에 있던 찾아내서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하기 위해 끄집어 낼테니까요.
오리지널 캐릭터의 저작권 유효기간 만료로 디즈니가 당장 케릭터 부문의 매출에 크게 타격을 받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저작권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케릭터는 1928년 공표된 것에 한합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혹시 캐릭터 사용을 마음에 두고 계신 분이라면 이 점은 유념해두셔야 합니다.
다만 1928년 이후의 캐릭터는 전혀 사용할 수 없느냐 하면, 이 또한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구분해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이 최초의 오리지널 캐릭터는 우리나라에는 ‘증기선 윌리’라고 알려져있는 스팀보트 윌리(Steamboat Willie)입니다. 지금의 미키마우스와는 꽤 차이가 있습니다. 손발이 가늘고, 지금의 캐릭터보다 좀 더 생쥐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그 후로 디즈니사는 여러 버전의 캐릭터를 내놓았습니다. 지금의 캐릭터는 스팀보트 윌리와는 매우 다른 모습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오리지널 스팀보트 윌리 캐릭터로 인한 라이선스 수입은 매우 미미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미키마우스 캐릭터의 라이선스 수입은 그 이후 버전의 캐릭터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증기선 윌리에 비해 뚜렷한 창작성이 인정되는 이후 버전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여전히 디즈니가 저작권을 보유합니다. 따라서 라이선스 수입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결국 이번 저작권 유효기간 만료가 미키마우스 캐릭터 부문의 라이선스 수입을 크게 감소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들이 우세합니다.
그럼에도 디즈니는 이 캐릭터의 저작권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죠.
지난 1989년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디즈니가 어느 보육원의 담벼락에 그려진 미키마우스를 삭제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는데, 바로 이 증기선 윌리 캐릭터였습니다. 공표후 이미 60년이나 지난 캐릭터였는데 말이죠. 디즈니는 라이선스 수입과 관계없이 이 캐릭터를 매우 소중하게 여겨왔던 것입니다.
디즈니는 이 캐릭터의 저작권 유효기간 만료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나 이 캐릭터를 이용할 수 있다면, 미키마우스는 디즈니의 얼굴이라는 공식이 깨지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비디오 게임 회사인 푸미(Fumi)는 마우스(Mouse)라 불리는 매우 잔혹한 내용의 2025년 예고작을 내놓았습니다. 가느다란 팔다리를 가진 주인공은 마치 오리지널 미키와 흡사한데, 하필이면 잔혹무도한 갱스터로 출연합니다. 게다가 미키마우스를 처음 그린 것으로 알려진 어브 아이웍스(Ub Iwerks)의 1928년 작품과 비슷한 흑백의 배경과 음악,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22년 1월에는 ‘위니더 푸’(Winnie-the-Pooh)의 저작권 유효기간이 만료됐습니다. ‘위니더 푸’는 1961년 디즈니가 원작자로부터 라이선스를 구매한 이래 친근한 곰 이미지를 바탕으로 줄곧 흥행에 성공을 해왔던 캐릭터입니다.
뒤죽박죽이고 조금 바보스럽지만 친근하고 착한 이미지의 곰 캐릭터가 공포영화인 ‘블러드 앤 하니’에서 연쇄 킬러로 둔갑해버립니다. 자신들의 캐릭터 이미지가 망가지는 것을 보고 있는 디즈니 관계자들의 심정이 어떨지 이해가 됩니다.
앞으로도 해가 바뀌면서 디즈니의 캐릭터 저작권은 하나 둘 씩 유효기간 만료를 피할 수 없습니다. 1928년 이후 버전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캐릭터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2025년에는 플루토(Pluto)가, 2029년에는 도널드 덕(Donald Duck)이 각각 유효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디즈니 캐릭터들의 이미지가 이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습니다. 미키마우스가 싸움 잘하는 잔혹한 무사로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창작자들의 상상력이 결정하게 될 영역이니까요. 디즈니가 자기 캐릭터의 저작권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해 오리지널 캐릭터의 유효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디즈니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철저히 주시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몇몇 매체들 역시 디즈니가 저작권이 아닌 상표권을 무기로 오리지널 캐릭터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디즈니는 저작권이 아닌 상표권을 무기로 다른 창착자의 오리지널 캐릭터 사용에 제약을 가할 수 있을까요? 하나씩 따져보기로 하겠습니다. 아울러 오리지널 캐릭터를 사용하는 창작자가 반드시 유의해야 하는 사항도 함께 점검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먼저, 이번 오리지널 캐릭터 저작권 유효기간의 만료는 미국의 저작권법에 따른 것이며, 세계 모든 나라에서 통용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저작권법은 업무상 저작물에 대해 공표후 95년까지 보호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가끔은 보호기간을 업무용, 비업무용을 막론하고 창작자 사망후 70년까지로 두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는 아직 미키마우스 오리지널 캐릭터의 저작권 유효기간이 남아있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다행히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더 짧은 보호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원래는 업무상 저작물에 대해 50년의 보호기간을 두었으나 2013년 7월 1일부터는 70년으로 연장했습니다. 단 2013년 7월 1일 전 50년의 보호기간이 모두 지나 저작권이 소멸된 창작물의 경우 70년으로 연장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1963년 7월 1일 전에 공표된 업무상 저작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습니다. 2013년 7월 1일 전에 소멸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미키마우스 오리지널 캐릭터의 저작권이 2024년부터 소멸된다는 설명은, 엄밀하게 말해, 우리나라에서는 맞지 않습니다. 이미 소멸된 상태에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저작권법을 적용해 1929년부터 1963년 사이의 저작물을 유투브에 올린다든지 하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유투브는 일단 올려놓으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청가능한 국가의 저작권법을 따르기 때문에, 국내에서 완전히 소비되는 저작물이 아니라면, 소비국가의 저작권법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역시 1928년의 오리지널 캐릭터까지 사용하시는 것이 일단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1929년 이후 디즈니가 생산한 미키 캐릭터를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절대로 사용할 수 없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금부터는 미국의 저작권법을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퍼블릭 도메인은 제 3자가 자유롭게 사용할수 있는 창작물을 뜻합니다. 저작권이 처음부터 없거나 소멸한 경우의 저작물은 퍼블릭 도메인에 해당합니다. 저작권이 있는 창작물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포함된 일부 요소들에는 저작권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물에 녹아있는 아이디어가 그런 경우입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아래한글과 아주 흡사한 한글 워드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자가 있었습니다. 메뉴의 배열이나 단축키까지도 아래한글의 그것과 거의 같았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래한글과 구분이 잘 안될 정도였지요. 하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의 아이디어에 관한 것이었으니까요.
알고보면 미키마우스 자신도 그 우스꽝스러운 동작이나 행동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언젠가 디즈니측이 디 어메리컨 매거진(The American Magazine)이라는 매체에서 밝힌 내용이기도 합니다. 저작물의 아이디어는 보호대상이 아닌 것입니다.
또한 저작물속에 포함된 것으로서 저작권이 없던 요소들, 예를 들면 저작물속에 포함된 저작권 없는 영상이나 음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록 저작자가 만든 것이라 하더라도, 독창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 또한 저작권의 대상이 아닙니다. 즉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독창적이고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디즈니가 1929년 이후 생산한 미키마우스라 하더라도 1928년의 그것에 비해 사소하거나 작은 변화에 지나지 않는 것들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닙니다. 더 나아가 1929년 이후의 캐릭터가 오리지널 캐릭터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보호받지는 못합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가 1929년 이후 오리지널 캐릭터에 고음이나 새된 소리로 말하는 요소를 가미했다 치더라도, 이는 보호의 대상이 아닙니다. 고음이나 새된 소리는 독창적 창조물이 될 수 없으니까요.
디즈니가 이후 버전에서 덧붙인 귀여운 이미지나, 맵시있는 댄스 장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일한 영상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닌 한, 비슷하게 따라했다는 이유로 독창성 침해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누구나 걱정없이 그런 요소들을 사용해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색상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1929년 수증기 윌리의 미키는 흑백이었습니다만, 이후 디즈니의 미키는 컬러로 바뀌고 있습니다. 독특한 복장들도 나타납니다. 이에 대해서는 저작권에서 말하는 독창성의 이중적인 측면을 이해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미국의 대법원은 이에 대해 “아무리 보잘 것 없고 조잡하고 뻔한 것이라 할지라도 독창성은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독창성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긴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심지어 음란물등과 같은 반사회적 생산물에 대해서까지 법률적 제재와는 별개로 저작권은 인정해주는 입장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미국의 법률은 어떤 저작물에 사소한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이전의 저작물과 구분되는 저작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즉 ‘사소한 변화’는 독창성의 범위에 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오리지널 캐릭터에 디즈니가 사소한 색상만을 더한 경우라면, 이를 따라한다 하더라도 저작권의 위배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의상의 경우라면, 입혀진 의상이 독특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것인지의 여부를 잘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상표권의 얘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국내 일부 매체들은 디즈니가 미키 캐릭터에 이미 상표권을 등록한 상태인만큼, 이를 무기로 오리지널 캐릭터 사용에 실질적인 제약을 가할 수 있을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사실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상표권의 보호대상은 글자와 로고, 그리고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상표권은 저작권처럼 유효기간이 따로 없습니다. 상표권자가 이를 포기하지 않는 한 상표권은 계속해서 유지됩니다. 이 점에서 유효기간이 있는 저작권의 소멸을 상표권으로 막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미지가 상표권의 보호대상이니 캐릭터 역시 보호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작권의 소멸과 상표권의 유지로 상호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해 미국 법원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것은, “퍼블릭 도메인과 같은, 저작권의 유효기간이 끝난 저작물을 창조적으로 사용하고자 할 때 상표권이 이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순회법원의 경우도, “일단 어떤 창작물이 퍼블릭 도메인의 포함되면, 상표법이 저작권법을 방해해서는 안되며, 상표법을 무효화하지 않는 한 퍼블릭 도메인의 창작물은 상표법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은 바가 있습니다. 결국 미국 법원에 따르자면 창착물에 대해 저작권법이 보장하는 사용권리를, 상표권법으로 방해할 수 없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물론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가 평소 나이키라는 단어를 쓰면, 상표권의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나이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신’이니까요. 하지만 나이키 글자가 박혀 있는 운동화는 어떨까요? 아마 상표권의 제재를 받을 수 있겠죠. 나이키 상표권을 갖고 운동화를 만드는 회사가 엄연히 존재하니까요.
차이는 바로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느냐, 아니냐의 여부입니다. 즉 상표권의 목적은, 어떤 제품을 누가 만들었는지,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주는 혼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오리지널 미키의 저작권은 물론 해소되었습니다만, 만약 이를 사용하거나 다른 창작물을 위해 재사용함에 있어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디즈니에서 생산된 것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을 때 비로소 상표권이 작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상표권이 생산자에 대해 보호해주는 영역은 여기까지입니다.
새로 만들어진 창작물이 디즈니의 생산물이 아니고, 디즈니의 후원하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라는 것, 즉 디즈니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을 소비자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한, 상표권은 작동할 여지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디즈니가 판매중인 것으로 잘 알려진 어떤 상품이 있다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똑같이 생긴 제품을 만들어서 그곳에 오리지널 미키를 그려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소비자는 분명 그 제품을 디즈니가 만든 것으로 착각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상표권에 위배됩니다. 이런 일을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물론 미키 혹은 미키 마우스라는 표현을 쓰거나 암시해서도 안됩니다. 이런 표현 역시 디즈니의 상표권 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이런 질문이 나올만 합니다. 어떤 창작물에 대해 만약 디즈니가 자신의 또 다른 창작물과 비슷해서 소비자가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기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지요? 디즈니가 어떤 창작물이나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지 일일이 알 수 없는데, 이걸 어떻게 피해갈수 있느냐는 질문이 가능합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분명히 디즈니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문구, 흔히 말하는 디스클레이머(Disclaimer)를 붙이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이 동영상은 ***제작사에 의해 제작되었습니다. 월트 디즈니와는 아무 관련성이 없으며, 월트 디즈니에 의해 제작되거나 월트 디즈니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이제 소비자가 혼동할 이유가 없으니, 안심하고 오리지널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오리지널 캐릭터를 사용했을 때, 디즈니가 여전히 법적인 고소를 해 올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오리지널 캐릭터의 저작권 유효기간 만료와 상관없이, 디즈니는 여전히 자신들의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 침해여부를 잘 감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새로운 창작자에 대해 정신적인 압박을 주기 위해 사소한 문제를 트집잡는 법적인 고소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법적으로 별반 문제될만한 것이 아니더라도 일단 고소를 당하면 창작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죠. 재판에 이길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하더라도, 혹시 잘못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 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창작자는 상대방이 요구하는대로 들어주거나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려고 들 수도 있습니다. 디즈니의 얘기는 아니지만, 저작권과 관련하여 비슷한 사례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혹은 이곳 저곳에서 들리는 소송사례는 창작자로 하여금 캐릭터의 사용 자체를 꺼리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창작자는 유효기간이 만료된 디즈니의 캐릭터를 사용함에 있어, 최소한 소송이 들어오더라도 ‘배째라’하는 정도의 뚝심은 갖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저작권의 유효기간을 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비록 한 개인의 창작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인류문화적 의미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창작물을 개인이나 소수의 독점물로 계속해서 유지시켜 주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를 더 창조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다는 취지 때문일 것입니다.
미키 마우스를 포함해 디즈니의 상당수 캐릭터들 역시 인류문화적 자산이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디즈니 자신이 퍼블릭 도메인의 수혜를 입은 기업이기도 합니다.
겨울왕국은 백설공주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라이언 킹 역시 세익스피어의 햄릿에서 모티브를 가져 왔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노틀담의 꼽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인어공주, 피노키오 등, 디즈니가 퍼블릭 도메인으로부터 입은 혜택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습니다.
오리지널 미키 캐릭터의 저작권 유효기간이 끝난 지금, 디즈니로서도, 이미 사라져버린 저작권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받았던 퍼블릭 도메인의 혜택 중 일부를, 모든 사람들에게 되돌려 준다는 방향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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