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학생 대규모 납치, 무너지는 아프리카의 교육 시스템
근래 아프리카에서는 학생들을 대규모로 납치하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교육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또 하나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26일에는 나이지리아 잠파라(Zamfara) 주의 잔가베(Jangabe) 시 소재 국립 여자 과학 중학교에서 279명의 학생들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달 17일 니제르(Niger)주 카가라(Kagara)에서 발생했던 27명의 남학생과 교사 1인 납치사건이 발생한지 채 열흘도 다 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었다.
잔가베(Jangabe) 시 소재 국립 여자 과학 중학교에서 납치됐다 풀려난 여학생들이 집에 돌아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지난 3개월동안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대량납치 사건은 벌써 5건에 달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이후 나이제리아 북서부에서 납치됐던 학생들의 수만 해도 60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1인 납치에서 대량납치로 발전
원래 아프리카에서 납치사건은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납치는 주로 길가던 행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대개 적게는 20달러, 많게는 20만달러까지 몸값을 지불하고 다시 풀려나는 방식이었다.
대량 납치사건은 발단은 2014년 4월 14일 나이지리아 보르노(Borno)주의 치복(Chibok)에서 발생한 여학생 대량 납치 사건이었다. 당시 모두 276명의 여학생이 납치됐다. 이 사건은 테러단체인 보코 하람(Boko Haram)에 의해 저질러졌는데, 이 단체는 무엇보다도 서구교육은 죄악이라는 독특한 이념을 갖고 있다.
납치된 여학들 중 164명은 가정으로 되돌아 왔다. 일부는 도주했고 일부는 몸값을 치루고 석방됐다. 하지만 100여명은 아직도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이 중 일부는 보코 하람의 전투요원과 강제결혼을 하기도 했고, 기타 강간이나 학대 등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몸값에서 시작됐다. 일단 대량납치로 인한 몸값 지불 소식이 알려지자, 대량납치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테러단체 뿐 아니라 전문 납치꾼들, 무강 강도, 소도둑, 풀라니(Fulani)족 유목민들과 이 지역의 다른 무장군들이 납치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모두 뭉뜽그려 밴딧(Bandit)이라 통칭되고 있는 이들의 목적은 물론 돈이었다. 때로는 자동차등이 몸값의 대상이 됐다.
몸값이 대량납치의 주요 원인
몸값과 관련,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12월 카치나 주에서 발생했던 300여명 남학생 납치사건의 주범이었던 오왈루 도다와(Auwalu Daudawa)와 일당 6명은 그들이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회개했다는 이유로, 집을 보장받고 생계지원까지 약속받았다. 이미 납치가 빈번하고 있는 가운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주장과, 이러한 특혜가 납치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찬반론이 맞서고 있다.
지난 해 7월에는 카치나 주지사가 밴딧이 보유하고 있던 AK-47 소총을 1정 반환할 때마다 소 두마리를 주겠다고 약속한 바도 있다. 밴딧의 존재를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대량납치는 물론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납치가 가장 심한 북동부의 경우 주민들의 무작정 지역이탈이 심해지고 있다. 대량납치 또한 서부지역으로까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가장 심한 지역은 카치나, 니제르(Niger), 잠파라(Zamfara), 카두나(Kaduna) 등의 주이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니제르 근처에서만도 최근 몇 달 동안 10만명 이상이 거주를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상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교육시스템의 붕괴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등교시키는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여학생의 경우가 더 심하다.
대량납치로 인한 교육시스템의 붕괴
대량납치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한 나이제리아의 경우 초등학교 과정은 무상 의무교육이지만 현재 등록률은 53%에 머물고 있다. 물론 여학생은 더 낮다. 다인구 국가인 이 나라의 미성년자 수는 약 8천여만명에 달하는데 이중 1천 300여만명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다.
물론 일차적인 원인은 가난이다. 교통비나 책값조차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교육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측은 중앙아프리카와 서 아프리카에서 현재 약 200만명 이상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폐교하는 학교들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폭력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가난한 시골지역에서 남자 아이들은 농사일을, 여자 아이들은 집안일을 거들면서 삶을 보내고 있다. 10대 임신 증가 요인 중의 하나도 교육의 붕괴에 있다.
지난 2014년에서 2016년까지 에볼라 확산으로 학교폐쇄를 결정했던 시에라리온(Sierra Leone)의 사례는 교육붕괴와 10대 임신 증가 사이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학교가 폐쇄됐던 기간 동안 청소년 임신은 이전의 같은 기간에 비해 1만1천명이나 증가했다. 개교후 등록률은 이전의 50%에서 34%로 떨어졌다.
몸값이 납치의 주요 목적이라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의 심리적 유연성을 이용해서 전투요원을 만들거나 광산일을 시키기도 한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현실판이 재현되는 셈이다.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로 알려진 버키나 파소(Burkina Faso)의 경우 교육 연령층 중 60여만명이 교육에서 이탈해 광산 등지에서 일하고 있는 상태다. 부족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납치하는 비 정상적인 방법이 가동되는 것이다.
납치로 인한 두려움은 등교거부로 이어지고, 등교거부는 학교폐쇄로, 다시 학교폐쇄는 어린이 학대와 10대 임신이라는 질긴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책임자들의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측의 노력은 실효 없어
나이지리아의 경우 학교 인근에 군 초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수에 비해 초소의 수는 형편없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무장한 지역 순찰대를 편성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중무장한 밴딧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보는 사람은 없다.
이런 와중이어서 이를 지켜보는 나이지라 국민들의 피로감도 점차 커지고 있고, 일각에서는 자포자기의 심정을 드러내기도 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무하마드 부하리(Muhammad Buhari) 대통령은 “주지사들이 몸값을 지불하는 바람에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지방정부에 책임을 넘기고 있지만, 정작 정부차원의 분명한 대응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원격교육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장비의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세이브 더 칠드런의 산하단체인 아프리카 중서부 세이브 아우어 에듀케이션(Save Our Education)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지역의 전체 교육자 중 90% 가량은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부족한 교육, 그로 인한 가난,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 학생들의 대량 납치, 뒤이은 교육 시스템의 붕괴, 아프리카에서 돌고 도는 이 악순환의 고리는 쉽게 끊어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한 악재 요인까지 겹쳐 아프리카의 교육현실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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