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캄보디아에서 생산 중단하게 될까?
아디다스, 캄보디아에서 생산 중단하게 될까?
EU측의 관세혜택 철회시 생산중단 가능성 높아져
생산비용뿐 아니라, 기업적 이미지 제고도 중요한 원인
독일기업 아디다스와 캄보디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아디다스 생산제품의 약 4분의 1을 캄보디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 독일 내에서의 생산이 경쟁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지난 몇십년 동안 아디다스는 캄보디아 현지의 생산능력을 차곡차곡 증대시켜왔다. 하지만 이제 아디아스는 캄보디아를 떠나게 될 지도 모른다.
캄보디아는 이른바 EU가 지정한 EBA 국가 중의 하나다. EBA는 Everything but Arms의 줄임말로 무기가 아니면 무엇이든 EU 국가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특권을 말한다. EU는 그동안 세계 최빈 49개 국가를 대상으로 EBA 정책을 펼쳐왔다. 캄보디아는 그 혜택을 누려왔던 국가 중의 하나다.
하지만 지금 그 혜택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캄보디아의 경제수준이 높아져서가 아니다. 생산과 관련, 캄보디아가 기본적인 인권조차 지키지 않는 것으로 EU측이 판단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빠르면 오는 12일 EU측이 공식적으로 캄보디아에 대해 EBA 철회방침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현지 진출 중인 EU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의류, 자전거 등 몇몇 생산기업들은, 발표가 확정되면 곧 생산시설을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지난 해 EU 위원회측 대표들은 기업활동과 관련한 캄보디아의 인권상황을 약 반년 동안에 걸쳐 조사한 바가 있다. 역시 지난 해 11월, 조사결과를 캄보디에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인권상황은 전혀 개선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캄보디아 정부가 EU측과 협력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를 묵살해버렸다는 것이 EU측의 판단이다. 그런만큼 EU측이 단단히 화가 나 있는 상황이다.
국제 인권 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오히려 지난 해 8월과 11월 사이에 캄보디아 정부는 정치적 반대파를 이러저러한 혐의로 60명 이상이나 구금해버렸다. 개별 노조에 대해서도 사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마치 EU측을 비웃고 있는 모양새다. EU측은 캄보디아의 이같은 행동 이면에는 지난 35년간 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는 훈센 총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디다스가 캄보디아에 투자하면서 이러한 인권상황에 유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디다스측은 EU측이 제시하고 있는 기본적인 작업 표준을 지키려고 노력해왔던 측면이 있다. EU측은 모든 기업에 대해 (1)공정한 작업환경, (2)합리적 임금, (3)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작업조건 등을 중요한 표준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적어도 아이다스는 이러한 표준조건을 자체 감시하기 위해 70여명의 전문가를 보유해 왔다. 2018년 한 해 동안만도 1200여건의 공장점검을 실시해왔다.
아디다스측은 “단체협약을 확립하고 이의 준수를 감시하기 위해 노조와 회사 사이의 자유로운 협상을 증진시켜 나가고 있지만 노조측의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디다스측은 다른 다국적 기업들과 함께 캄보디아 정부에 노조의 활동과 관련한 기본적 인권수칙을 지켜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과 관련한 기본적 인권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비단 캄보디아 뿐만은 아니다. 하지만 EU측은 유독 캄보디아가 EU측의 입장을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선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차제에 생산과정에 생산공급과정에 관한 법률(Supply Chain Law)을 정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된 내용은 생산 및 공급과정에서 기본적인 작업조건 표준을 규정하는 것이다.
EU측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미 국내적으로 유사한 법률을 갖고 있는 프랑스,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등이 적극적인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아이다스의 국적 국가인 독일에서는 많은 이견들이 오가고 있다. 독일 개발부와 노동부가 독일 내에서 유사한 법안마련을 하고 있는 반면, 경제부와 산하 기업관련 단체들은 지나친 규제는 문제가 있다면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상태다. 올 하반기로 예정된 독일의 EU 의장국 채택여부와 관련, 이 문제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고 있다.
하지만 EU측의 이같은 법안정비 움직임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의류할인 전문업체인 프리마르크(Primark)와 식품업체인 네슬레(Néstle)등 50여개 업체들이 이미 찬성입장을 보이는 등 주요 기업들이 속속 이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법률로 가장 크게 타격을 입게 될 아이다스측은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마련되는 법률체계가 국제적인 법률체계이기를 희망한다”는 극히 의례적인 언급만 했을 뿐이다.
어쨌든 EU의 캄보디아에 대한 규제조치는 당장이라도 가능한 상태이다. 관세혜택이 사라지게 되면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반대급부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모든 기업이 다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급부 조치가 있다 하더라도 어려운 상황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이와 관련 독일의 자이트(Zeit)지는 아디다스가 캄보디아에서 조금씩 철수를 단행하기 위한 계획을 이미 세우고 있다는 얘기가 일부 소식통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점차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비용이 올라가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노동환경과 관련, 주요 생산국의 나쁜 이미지가 기업 브랜드의 이미지에 악영항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쨋거나, 캄보디아에 대한 EU측의 EBA 철회라는 초강수가 정말로 실현될지, 이에 따라 부동의 밀월관계에 있던 아디아스와 캄보이아가 결별을 하게 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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