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고용효과는 얼마나?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고용효과는 얼마나?
기본소득 공방이 뜨겁다. 이와 관련,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서로 상반된 견해를 표출한 바 있다. 기본소득은 과연 얼마만큼의 고용효과를 가져왔을까? 2017년과 2018년 핀란드에서 실시됐던 기본소득 결과 공식 보고서가 실험이 끝난지 1년 반만인 2020년 5월에 제시된 바 있다. 당시 헬싱키 대학의 헤이끼 힐라모(Heikki Hiilamo) 사회정책학 교수가 이 보고서를 분석했다. 분석 내용을 정리해본다.
현재 핀란드의 실업자 지원방식은 재교육방식이라는 강제성을 동원한 방식이다. 실업자에게 훈련과정과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실업자가 이에 불참하는 경우 받게 될 혜택을 중단한다.
핀란드 기본소득의 취지는 기존의 강제성을 동원하지 않는 지원방식의 채택이 실업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보자는 것이었다. 기존 방식에서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근로자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제시되는 근로를 해야만 했다면 이 실험에서는 근로자로 하여금 자신에게 최적의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설계가 이루어졌다.
고용효과에 대한 기본소득의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모델설계 3방침
이에 따라 세가지 기본모델 설계방침이 정해졌다.
첫째는 근로자로 하여금 정부의 강제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따르지 않을 수 있도록 설계할 것. 즉 핀란드에서는 근로자가 노동시장 정책에 따르지 않을 경우 기본적으로 두 달 동안 실업혜택을 주지 않고 사회적 보조금 역시 중단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나, 이 실험의 대상자들에게는 이같은 의무나 제재사항을 면해주도록 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수입조사를 면제하는 것. 즉 그동안에는 근로자에게 노동수입이 발생하는 경우 정부 지원 혜택에서 이를 차감해왔으나, 이번 실험 대상자들에게는 이를 면제키로 했다. 즉, 직업 취득시에도 기존 혜택을 지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세째는 참여자의 소득신고 의무를 면제해준 것.
이같은 설계에 따라 핀란드 정부는 무작위로 2천명의 실업자를 선정, 월 560유로(우리돈 약 76만원)의 기본소득을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했다. 이 점 이외에는 이들 2천여명의 실험그룹과 통제그룹 사이에 다른 차이점이 없도록 설계하는 방식, 즉 자연과학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실험이 이루어졌다.
기본소득이 고용효과에 미치는 효과 없어
2017년과 2018년 두 해 동안 지급 후인 2019년 5월에 이에 대한 최종 분석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는 두 그룹간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2017년의 경우 고용과 소득, 두 측면 모두에서 양 그룹간 차이는 전혀 없었다. 두번째 해에는 실험그룹의 평균 근로일이 통제그룹보다 6일 더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를 소득차이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헤이끼 힐라모 교수의 분석이다. 두 번째 해에는 핀란드 정부에 의한 제재조치, 즉 취업을 활성화 하기 위한 모델을 작동시켰는데, 이것이 연구의 초기설정을 무효화 시켰던 것으로 힐라모 교수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핀란드 VATT 경제연구소의 까리 하말라이넨(Kari Hämäläinen) 수석연구원은 “두 번째 해의 고용시간 증가는 그 해의 활성화모델과 분리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특히 “매우 낮은 임금분야의 경우 실험그룹과 통제그룹이 실질적으로 같은 노동을 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 연구소는 또한 “기본소득이라는 당근이 고용증대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결론내렸다.
효과가 없었던 것은 근로자들의 정책의존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실험 참여자들은 그들이 조건없는 기본소득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 핀란드 정부의 기존 고용관련 서비스와 시장정책 수단이 지속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본소득 수령자는 고용사무소에 등록할 의무가 없었음에도, 대부분의 실험참여자들은 등록을 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실험참여자들과 일반 실업자들 사이에 등록자수 차이는 17% 수준에 그쳤다. 다수의 실험참여자들은 고용서비와 관련한 정부의 조건제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복지수 긍정효과는 기준치 없는 조사분석의 결과
다만 실험 대상 근로자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통제그룹 근로자들보다 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힐라모 교수는 이의 측정이 실험만료기에 이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즉 이 실험의 기본목적은 처음부터 기본소득 수령자들의 행복지수 변화를 살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었던만큼, 행복지수 측정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처음부터 참여자 개개인의 행복지수를 측정함으로써 기준조사가 있었어야 하는데, 이것이 선행되지 않아, 기준치가 없는 조사분석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힐라모 교수는 이 실험에서 나타난 긍정적 행복지수 효과가 기본소득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국 이 실험과 관련, 힐라모 교수는 장기적인 실업상태의 젊은 층이 직업을 찾는데 있어서 문제점들은 금적적, 혹은 제도적 동기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부정적 효과 없었다는 옹호론측의 주장도
다만 핀란드 내에서 기본소득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기본소득이 최소한 부정적인 효과를 내지는 않았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이 어디까지나 정부의 재정부담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니 만큼, 이를 전면적으로 실시한다 가정할 경우, 국가가 짊어져야 할 재정부담이라는 측면을 함께 고려하여 최종적인 판단을 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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