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고쳐쓰기, 어디까지? (하)
이같은 역사적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 경우도 지지층의 뒤바뀜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있다. 한 때 진보와 보수 사이에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언젠가 문재인 대통령이 “진보와 보수, 이분법의 시대는 지났다”고 언급한 것도, 기존의 진보-보수 사고 패러다임이 무뎌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간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쉽게 국힘당을 지지하지 못했던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국힘당 원죄론이다.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의 시기에 당시 시민들에 무차별 학살을 자행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전두환 중심 신군부 세력의 정당은 민정당이었다. 그 후 민정당은 자민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을 거치면서, 비록 지금까지 적잖은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국힘당까지 그 면면이 이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국민적 상처가 워낙 컸던 만큼, 이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국힘당 배척의 요인이 되어 왔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도덕성의 문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국힘당 정당의 도덕성을 의심해 왔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민주당의 도덕성이 국힘당의 그것보다 더 높다는 인식들을 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도덕성에 관한 판단인 만큼 방향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광주 민주화 항쟁이 발생한지 벌써 40년 이상, 즉 한 세대를 훌쩍 뛰어넘는 세월이 지나면서 국힘당과 당시 군부세력과의 연결고리는 많이 약해진 상태다.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서는 더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대선은 특이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도덕성 문제가 집중적으로 불거지면서, 민주당 전체에 대한 지지층의 신뢰가 크게 깎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장동과 관련, 민주당이 특검을 실질적으로 거부하면서, 민주당 지지층들의 분노도 거세어지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의 강점으로만 여겨져왔던 도덕성은 이제 국힘당의 그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인식들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차별화 대선전략이 한 몫을 거들고 있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퇴임 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들을 쏟아내고 있다. 오히려 윤석렬 후보가 당선되는 편이 퇴임 후 문 대통령에게 더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들을 하고 있다. 문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거 윤석렬 후보 측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다.
게다가 후보 경선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 사이의 갈등도 심각한 상태다. 이재명 지지자들은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을 향해 '똥파리'라는 멸칭으로, 반대로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은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에게 '찢빠'라는 멸칭으로, 상대방에게 심한 공격을 해 왔다. 그 수위가 깊어 돌이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몇 차례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의 반응이 냉랭하기만 한 데는 이같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현재로서 이낙연 지지자들의 윤석렬 후보 지지, 즉 국힘당 지지는 일회성인 것으로 보인다. 당장이라도 민주당 후보가 교체된다면 이들은 다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준비가 돼 있는 상태다. 이들의 국힘당 지지는 다분히 이재명 후보에 대한 안티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사오입, 당 게시판 일시적 폐쇄, 경선과정에서의 잡음 등과 같이 민주당 지도부가 보여준 모습들은 민주당에 대한 전통적 지지자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 상태다. 이른바 ‘박수회’라는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 모임에서 민주당이 당원들에게 화장실을 폐쇄한 반면 국민당이 이를 개방하는 일까지 발생하는 등 일부 민주당원들과 민주당과의 불화는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지금으로는 일회성이지만, 민주당으로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할 경우, 지지층의 영속적인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앞으로는 절대 당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민주당 지지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지금 같은 상태가 장기화 될 경우 이른바 대통령 지지자들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국힘당 고쳐쓰기’ 흐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볼기는 어렵다.
이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들이 조만간 자신들의 친정으로 되돌아올 것인지, 혹은 영구히 민주당을 떠나 진짜 ‘국힘당 고쳐쓰기’에 나설 것인지, 그럼으로써 양 정당간 지지층에 새로운 변곡이 생길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민주당 지도부의 역량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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