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 금지국, 그곳 여성들의 낙태 실상은? (하)
낙태를 합법화하기 위한 노력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05년에는 토니오 보그(Tonio Borg)라는 정치인이 법 개정을 시도한 바 있고, 2021년 5월 12일에는 마를렌 파루기아(Marlene Farrugia)라는 여성 정치인이 개정법안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말타는 아직까지 엄격한 낙태금지국입니다.
2019년 몰타의 의사단체인 ‘선택권을 지지하는 의사모임(Doctors For Choice)’은 여성권기구(Women’s Right Foundation)을 설립해 낙태 합법화를 위한 입법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울러 낙태를 줄이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수단 제공과 같은 부수적 역할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반대측 의사들의 모임도 있습니다. ‘생명권을 지지하는 의사모임(Doctrors For Life)’은 낙태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낙태 알약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낙태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몰타가 엄격한 낙태금지법을 고수하고 있는 데에는 물론 카톨릭의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인구의 98%가 카톨릭 신자이니까요.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몰타가 카톨릭의 전통적인 결혼관에 크게 얽매여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카톨릭 교리는 이혼을 금지하고 있습니다만, 몰타는 지난 2011년 이혼을 합법화한 나라입니다. 더 나아가 2017년에는 동성간 결혼까지 허용한 나라입니다. 아직 동성간 결혼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보다 더 나간 셈이죠. 하지만 낙태금지법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요지부동입니다.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들은 많습니다.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폴란드의 경우 올 연초 37세의 여성이 낙태시술을 거부당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여성들의 항의가 거세어지고 있습니다. 폴란드의 낙태금지법 때문이죠. 브라질의 경우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11세 소녀에 대한 낙태를 임신 20주가 넘은 22주였다는 이유로 법원이 낙태를 불허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낙태가 허용되는 20주보다 2주 많은 임신 22주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었죠. 그러자 여성들이 ‘불가능한 선택(Impossible Choice)’라 주장하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지난 6월23일 브라질 검찰이 이를 수용하면서 낙태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미 최후의 낙태금지국가로 알려졌던 페루, 그리고 프란체스코 교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에서조차 14주까지의 태아에 대해 낙태를 허용하는 등 세계적 추세는 완전한 금지에서 제한적 허용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낙태법에 대해 예외없는 불허를 고수하고 있는 몰타가 앞으로 변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얼마만큼 보조를 맞출 것인지, 혹은 지금과 같은 상태를 지속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속단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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