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괴롭힘의 골칫덩이, 트위터
사이버 괴롭힘의 골칫덩이, 트위터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분명 편리한 의사소통 도구다. 평소 안면이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거나, 혹은 앞으로 만날 일이 없는 상대방과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인 도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같은 장점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사이버 상의 괴롭힘이다. 괴롭히는 당사자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혹은 알게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사이버 괴롭힘은 보통의 괴롭힘과는 다른 측면을 갖고 있다. 대개 사이버 괴롭힘은 직접적인 괴롭힘보다 훨씬 무차별적이고 때로는 매우 극단적이다.
사이버 괴롭힘의 거다란 문제점 중의 하나는 해결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공격하는 상대방을 알 수 없다 보니 법적인 해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앞서 상대방에게 법적조치를 예고하거나 중단을 요청하는 일 또한 간단치 않다.
그 중 가장 큰 골칫덩이는 트위터가 되고 있다. 실명을 밝히는 페이스 북에 비해 트위터는 익명성이 한층 더 강하다. 거기에 트위터 본사의 미온적인 대응태도 또한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 세가지 사례를 보도
이와 관련, 프랑스의 르몽드는 최근 발생한 프랑스 내 세가지 사건을 예를 든 바 있다.
지난 2015년 11월 13일 파리 바따끌랑(Bataclan) 극장 테러에서 생존했던 오렐리아 질베르(Aurélia Gilbert)씨는 블로그를 통해 시리아에 구금된 지하디스트 자녀들의 본국송환 찬성입장을 표명했다. 그러자 그녀를 괴롭히는 메시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테러리스트들이 그녀를 죽이지 못한 것은 실수”, “그날 죽은 희생자들이 그녀 같다면,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라는 등의 악성 메시지들이 속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녀의 계정이 해킹을 당했고, 전화번호가 노출되었다. 조국을 배신한 자라는 메시지가 그녀를 괴롭혔다.
지난 해 8월 그녀가 파리 검찰을 통해 소송을 냈지만, 다음 해 1월 기각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도록 정보를 달라는 법원측의 요청에 트위터측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같은 테러에서 희생된 여성의 아버지인 조지 살리네(Georges Salines)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하디스트 자녀들의 본국송환에 찬성했는데 이것이 괴롭힘을 당하는 발단이 됐다. 초동수사가 이루어졌고 트위터측에 본인을 특정하기 위한 정보제공의 요청이 있었다. 트위터측은 국제조사위원회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이슬람 국가조직(IS)에 볼모로 10개월간 잡혀 있었던 니꼴라스 에넹(Nicolas Hénin) 기자의 경우는 살해의 위협까지 받았는데, 이는 지난 2019년 지하디스트 자녀들의 살해를 주장하는 한 트윗을 보도한데 따른 것이었다. 이번에는 트위터측이 정보요청을 수용했다. 하지만 말로만 수용했을 뿐 실제로는 수개월이 지나도록 침묵으로 일관했다. 소송은 역시 기각됐다.
실제로 SNS 상의 괴롭힘 중에서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페이스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의 플랜 인터내셔널(Plan International)이 15세에서 25세 사이의 22개국 1만4천여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페이스북을 통한 괴롭힘은 39%에 달한 반면 트위터를 통한 괴롭힘은 9%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스타그램(23%), 왓스앱(14%) 등에 비하면 트위터를 통한 괴롭힘은 비중이 낮은 셈이다.
트위터 통한 괴롭힘 체감지수 높은 편
하지만 트위터를 통해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들의 체감지수는 높은 편인데, 이는 트위터의 경우 문제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한 번 르몽드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한 남성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슬람에 대한 적대적 발언을 했던 한 여성에게 동영상을 보냈는데, 그 내용은 해당 여성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이 남성은 결국 법정에서 3년 형을 받았다. 상대방에 대한 특정조차 쉽지 않은 트위터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었다.
트위터는 공격적인 메시지에 대한 처리과정에도 신속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지난 2020년 6월 실시한 수치조사에 따르면 이전 한 해 동안 유럽 관련기구의 요청에 따른 메시지 삭제는 페이스북의 경우 87%에 달한 반면 트위터는 35.9%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트위터 메시지의 경우 사용자 신고가 있는 후 넷 중 하나는 24시간 이내에 조사되지 않는 것으로 유럽 위원회측은 파악하고 있다.
국내 ‘혜경궁 김씨’ 사건의 경우, 경찰에 수사지연 이유 제공한 셈
트위터의 이같은 미온적 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얘깃거리가 된 적이 있다. 트윗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던 사용자 ‘혜경궁 김씨’의 경우, 소송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경찰측이 실제인물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지연했던 사례가 있다.
실제 경찰 주장대로 트윗측의 비협조가 있었는지 여부는 확실히 알기 어렵지만, 대개 소송 당사자를 특정함에 있어 트윗측이 적극적이지 못한 것만은 사실로 추정된다.
확실히 트윗은 다른 SNS에 비해 빠르고 가볍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소식전달뿐만 아니라, 같은 견해를 가진 사용자들간의 의사결집도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낼 수 있다. 소통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자칫 특정인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괴롭힘의 효과 또한 크다는 점에서 반대적 속성을 함께 갖고 있다.
SNS의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의 발생은 어쩔 수 없지만, 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트윗측의 노력이 아직 요원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저작권자(c) 청원닷컴,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기사 제공자에게 드리는 광고공간]